자작시

[스크랩] 장봉이

장봉이 2010. 4. 8. 12:44

오늘은

  장봉이

 

오늘처럼

마음이 우울한 날은

저 포장마차에서

삶이 고단해도

열심히 살아가며

행복에 끈을 단단히 꼬아 가는

따뜻한 사람들과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술 한잔 하고 싶다.

 

 

 이제는

    장봉이

 

자,

산으로 가자

 

이제는 내가 의지할 곳

저 산뿐이니

 

오솔길 끝나는 산자락 양지쪽에

소담한 내 작은 산하나 만들고

 

오가는 짐승과 새들과

달과 별 가리지 않는 친구 하며

 

빠르게 오가던 나날들의

지난 삶을 잠시 묻어 두고

 

사시사철 이야기꽃 피우며

변하지 않는 너, 산처럼 살리니.

 

 

공동묘지

     장봉이

 

영영

산으로 죽으러 간 사람들과

다시 살아올 것을 믿고

산으로 죽으러 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든 묘지들

죽어서도 개버릇 못 버린 자는

호화로운 석등과 상석과 비석과

봉분들을 돈의 삽질 만큼 치 쌓고

부지런하고 가난하게 죽은 자는

작은 나뭇가지로 엮어 만든 어설픈 십자가와

호미질로 힘겹게 긁어 올린 벌거벗은 황토 평분들

아, 사람들은

살아도 죽어도 울고 웃는 것을.

 

 

 

 

 

 

 

출처 : 양평문협-아리수
글쓴이 : 장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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