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골
장봉이
용문산의 달과 별을 담은 연수 계곡물이
장수, 중진 마을 휘 감돌며 내려 와서는
밤나무골 갱변에 달과 별을 쏟아 놓으면
지리고 푹 익은 밤꽃 향기들은
떠 내려온 물길 속에 스며 들어
서울로 서울로 떠나고,
다 익은 알밤들이 아람을 벌어
온 동리 지붕 마당 곳곳이
온통 성게 밭이 되던 집 부엌에는
검은 보리쌀에 하얀 밤을 넣고
새카만 보리 밤밥을 지어 먹으며
물살에 떠내려가던 달빛이 서러워
눈물로 지새우시던
어머니의 쪽진 머리 뒤로는
날카로운 별똥별 하나 둘
착한 사람 향해 내려 쏘으면
놀라 두 손 모으고 주저앉은
검은 궁상의 그림자는
초승달 난간을 붙들고
울며 불며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내가 살던 용문 밤나무골.
*장수 . 연안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에 위치한 마을로 현재는 보릿고개 마을로 유명함.
*중진 : 경기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와 연수리 중간 마을.
*밤나무골 : 경기 양평군 용문면 다문2리 동네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