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밤나무골

장봉이 2010. 8. 24. 20:31

 

 

                밤나무골

 

                     장봉이

 

용문산의 달과 별을 담은 연수 계곡물이

장수, 중진 마을 휘 감돌며 내려 와서는

밤나무골 갱변에 달과 별을 쏟아 놓으면

지리고 푹 익은 밤꽃 향기들은

떠 내려온 물길 속에 스며 들어

서울로 서울로 떠나고,

다 익은 알밤들이 아람을 벌어

온 동리 지붕 마당 곳곳이

온통 성게 밭이 되던 집 부엌에는

 검은 보리쌀에 하얀 밤을 넣고

새카만 보리 밤밥을 지어 먹으며

물살에 떠내려가던 달빛이 서러워

 눈물로 지새우시던

어머니의 쪽진 머리 뒤로는

날카로운 별똥별 하나 둘

 착한 사람 향해 내려 쏘으면

놀라 두 손 모으고 주저앉은

검은 궁상의 그림자는

 초승달 난간을 붙들고

울며 불며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내가 살던 용문 밤나무골.

 

 

*장수 . 연안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에 위치한 마을로 현재는 보릿고개 마을로 유명함.

*중진 : 경기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와 연수리 중간 마을.

*밤나무골 : 경기 양평군 용문면 다문2리 동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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