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2020년 4월 29일 오후 05:43

장봉이 2020. 4. 29. 17:44


남모르던 삶

장봉이

나지막한 장독대
서까래 아래 묵은 끄름
호미 괭이와 멍석 걸린 흙벽으로
노을이 물지게를 지고 오면
등불 밑으로 풀려 내리는 나지막한 탄식
맞춤복처럼 몸에 딱 맞는 인생이라면
세상에 고생할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
부자는 하늘이 내리고
가난은 부모와 세상이 준다고 하지만
이놈의 가난 남이 알까 두려워하셨다
여유도 인정도 베풂도 허락지 않는 가난
방 안 구석구석까지 쫓아다니며
하나에서 열까지 어머니를 괴롭혔다.
두 눈에 함초롬 눈물이 가득 머금은 아침이 되면
박절한 가난은 부엌까지 어머니를 쫓아 와
보리쌀 항아리까지 쳐다보며 비웃었다
배고팠던 어머니의 삶
눈물겹던 어머니의 삶
누구도 아무도 남모르던 어머니의 삶
어머니는 그런 삶을 사시면서도
항상 웃음으로 자식들을 키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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