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스크랩] 이사 가던 날

장봉이 2014. 3. 24. 14:11

 

이사 가던 날

 

             중보

 

늧은 봄인데 눈발이 날렸다

떠나는 자의 이름을 부르려는데

눈발이 날렸다

어제는 이별의 술을 마시며

오늘은 굳이

눈물을 안 흘리리라 했다

밤새 마신 이별주와

밤새 밝혔던 촛불이 꺼지고

이제 떠나가는 자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 보려는데

눈발이 날렸다.

떠나는 자의 어깨가 들먹거렸다.

떠나는 자의 얼굴이 보였다.

들머거리는 어깨와 보이는 얼굴 위로

눈발은 가시 꽃이 되어 날린다.

보내는 내 눈과 내 입술 위에도

눈발은 소금 꽃이 되어 날린다. 

 

 

출처 : (사)한국평생문우협회( 인터넷 작가협회)
글쓴이 : 중보 장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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